산 오르기 제2화 불온한 대기
[타치바나 오우타]
흥흐흥~ 흥흐흐―응♪
기다리게 했군, 제군. 특훈의 비기를 내게 전수받고 싶다는 건 진실인가?
[토우마 린]
존의……! 소인, 전설의 용사로서 성검을…… 궁니르를 원하오!
[카가야 렌]
궁니르는 검이 아니라 창 아니야?
[토우마 린]
부, 불찰! 그럼, 그…… 엑스칼리버! 엑스칼리버를 소인에게……!
[미야비노 츠바키]
그보다, 갑자기 임프로 시작 안 해도 돼. 시간 낭비니까 빨리 얘기 진행해줄래?
[타치바나 오우타]
서두르지 말게,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나.
내가 생각한 특훈에 필요한 도구는, 이거닷~!
[HP 화면]
타카오산은 도심에서 접근하기 쉽지만, 산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.
날씨는 변덕이 심하고, 돌연 비가 내리기도 하니 우비는 필수…….
[토바 카스미]
……뭔가 했더니, 지극히 평범한 등산 정보 사이트네.
[카가야 렌]
오우타, 제대로 간사 다운 일 하고 있잖아.
[타치바나 오우타]
당연하지, 나는 하면 잘하는 남자인걸. 산을 얕보면 따끔한 맛을 보게 되니까, 이거 보고 제대로 준비 하는 거야☆
[토바 카스미]
호오― 신발은 역시 스니커즈보다 트레킹화가 좋구나.
[토우마 린]
우비는 비옷이 필수고 접이식 우산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는 것 같소이다.
[미야비노 츠바키]
한 마디로 등산이라고 해도, 계절이나 코스에 따라 준비해야 할 게 다르네. 자외선도 강하니까 선크림은 필수고…… 선글라스까지 필요해?
[타치바나 오우타]
이거 말야, 다 같이 똑같은 선글라스로 맞추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!? 매트●스같아서 멋있어!
[토우마 린]
오오…… 소인, 인류를 컴퓨터에 사로잡힌 현대사회에서 해방해야만 하오……!
[미야비노 츠바키]
잠깐, 하지 마. 연예인처럼 별로 얼굴이 알려진 것도 아닌데 쪽팔리게.
[카가야 렌]
평온한 등산, 그곳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선글라스 코스프레 집단…… 논란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.
[토바 카스미]
그러니까 왜 논란이 되는 전제인데요…….
[미야비노 츠바키]
난 당일 날씨를 보고 장비를 정할게. 적어도 모두 똑같은 걸로 맞추는 낯부끄러운 건 참아줘.
[카가야 렌]
나도 미야랑 세트라니 딱 질색이라고. 아, 뭣보다 사이즈가 안 맞으니까 세트는 무리겠지만.
[미야비노 츠바키]
죽일 거야……!
[토바 카스미]
자자, 준비는 각자 좋은 걸 가져오기로 하자고.
[타치바나 오우타]
그럼, 이 URL 그룹 채팅에 보낼 테니까 봐둬.
그리고 당일 코스 말인데, 나는 난이도 높은 게 좋아!
[토우마 린]
나, 난이도 높은 것……말이, 오이까……!?
[토바 카스미]
우리는 오우타랑 다르다고, 짐승이 다니는 길은 못 가.
[타치바나 오우타]
짐승이 다니는 길 아닌데요, 내 추천은…… 비와 폭포 코스! 징검다리를 깡총깡총 뛰어 강 건너기, 도중에 폭포에서 수행체험. 크― 이거는 타카오산에서만 할 수 있는 특훈이라고.
[미야비노 츠바키]
뭐야 이거…… 검색해봤더니, 지반도 나쁘고 거리도 길다는데……. 소재 만들려고 가는 특훈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. 폭포수를 맞으며 수행이라니, 버라이어티 수록하는 게 아니라고.
[카가야 렌]
오우타는 괜찮을지도 모르지만, 다른 녀석들은 등산 자체가 초심자니까. 게다가 미야는 배우 나부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 달리고.
[미야비노 츠바키]
야, 마지막 대사는 필요 없는데.
[토바 카스미]
뭐, 어쨌든 난이도가 높은 코스는 피하는 게 무난하겠지. 소재를 생각해서도 가장 정통적인 게 좋지 않겠어? 으―음…… 이 참배길 코스는 어때?
[토우마 린]
소인도 카스미 공에게 동의하오. RPG에서도 레벨1의 졸병이 마왕 성을 향해 가는 건 자살행위인 것이오.
[타치바나 오우타]
어~? 린 군까지 그런 말 하기야―?
[미야비노 츠바키]
다수결 논리 정도는 아무리 그래도 알고 있지? 나는 참배길 코스로 갈 거야. 이건 결정사항이고, 누가 뭐라고 해도 바꾸지 않아.
[타치바나 오우타]
네네, 알겠습니다요~
그럼 당일엔 참배길 코스, 그래도 당일에 참배길 역으로 가면 안 된다―.
[카가야 렌]
그런 녀석이 있겠냐.
[토바 카스미]
으―음, 역시 오우타는 오우타야…….
-
[토바 카스미]
어라…… 렌 선배. 별일이네요, 우리 방까지 오다니.
[카가야 렌]
오늘 밤엔 미야가 수록 때문에 없잖아. 아침부터 마스크 딱 쓰고는, 완전무장 해가지고.
[토바 카스미]
그만큼 대역에 걸고 있다는 거예요.
[카가야 렌]
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.
[토바 카스미]
오, 의외. 그걸 본인 앞에서도 말해주면 좋을 텐데.
[카가야 렌]
누가 그 녀석이 좋아할 일을 하겠냐―.
나도, 하고 싶은 무대의 오퍼가 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주저하지 않을 거야. 그런 의미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뿐이야.
[토바 카스미]
……그러니까, Hot-Blood보다 개인의 일을 우선한다는 건가요?
[카가야 렌]
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, 바로 한쪽을 정하려고 들지 마.
[토바 카스미]
죄송해요, 그만 남의 일은 흑백을 가르고 싶어져서요.
[카가야 렌]
그런 점도 모브같아서 나쁘지는 않지만…….
상담할 게 하나 있어.
[토바 카스미]
뭔데요, 엄청난 악담하고 같이 상담 신청이라니 참신하네요…….
[카가야 렌]
내일 타카오산 말인데, 오우타용 식량은 어떡할 거야?
[토바 카스미]
아― 그 얘긴가요. 저도 걱정돼서 좀 알아봤거든요. 산속에서 공복에 의한 인격 변화가 일어나면 위험하겠구나 싶어서.
그랬더니 산기슭에도 도중에도 정상에도 가게가 있더라고요, 괜찮지 않을까요?
[카가야 렌]
카스미, 그 동물을 얕보지 않는 게 좋아. 뭐니 뭐니 해도 그 녀석이 안을 낸 특훈이라고?
지나치게 까불다가 에너지 소비가 평소의 두 배가 되는 일 정도는 간단하게 있을 것 같지 않아?
[토바 카스미]
……. 만약을 위해 빵 몇 개 가져가죠.
[타치바나 오우타]
용사는, '튼튼한 배낭'을 손에 넣었다―☆
용사는, '맛있는 간식 세트'를 손에 넣었다―☆
용사는, '맛있는 스포츠 드링크'를 손에 넣었다―☆
[토바 카스미]
잠깐 기다려, 오우타. 설마 싶긴 한데, 그 빵빵한 거대 배낭은.
[타치바나 오우타]
응―? 내일 타카오산에 가지고 갈 건데.
[카가야 렌]
아무리 그래도 너무 크잖아. 그런 무거워 보이는 배낭 짊어지고 산에 오를 수 있겠어?
[타치바나 오우타]
어~ 당연히 괜찮지! 이 정도는 평범하잖아~
[토바 카스미]
뭐, 오우타가 괜찮다면 괜찮겠지만. 이걸로 식량 문제도 해결된 건가.
[토우마 린]
그렇소이까…… 애니 수록은, 역시 타이밍이 생명인 것 같소.
[미야비노 츠바키]
그래. 선배님들하고 같이 하는 건 긴장되는데, 나도 현장에 있는 이상 프로의 한 명으로서…….
근데, 내 방 앞에서 뭐 하고 있어? 이 배낭 너무 커서 엄청 방해되는데.
[타치바나 오우타]
너무해! 공주님께 방해란 말을 들으면 용사는 떠나갈 수밖에 없는데.
[미야비노 츠바키]
누가 공주야, 누가.
[타치바나 오우타]
이렇게 용사는, 시작의 마을로 돌아가 영원한 잠에 빠지는 것이었다…… 끝…….
[토우마 린]
그렇지, 오우타 공. 내일 일기예보는 보았소?
[타치바나 오우타]
안 봤는데.
[미야비노 츠바키]
야, 간사!
[토바 카스미]
뭐, 그럴 줄 알았어……. 잠깐 기다려, 지금 내가 볼 테니까.
……엑. 내일, 완전 비 예보인데. 이러면 등산은 힘들지 않아?
[타치바나 오우타]
에엑, 거짓말―!?
[토우마 린]
으음, 오르기 전부터 전도다난하오……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