Hot-Blood 제4화 어그로꾼·카가야 렌
[토우마 린]
미야 공은 무대에서는 딱 맞는 배역이 많았으니 말이오~
[카가야 렌]
맞춰서 써준 걸 딱 맞는 배역이라고 하지는 않―지.
[토우마 린]
하지만 배우인 이상, 감독님과 각본가님이 그렇게까지 해주는 매력도 무기라고 하면 무기…….
[카가야 렌]
성우가 되기 위해 이 학원에 들어온 거잖아―. 얼굴이랑 집안으로 제작측에 팬 만들어서 어떡하려고.
본인도 이제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…… 오,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. 야, 미야비노!
[미야비노 츠바키]
……뭐야?
[카가야 렌]
그렇게 싫다는 표정 짓지 마. 모처럼 네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.
[미야비노 츠바키]
후배 붙잡고 소문 이야기? 일이 없어서 한가한가 봐요, 렌 선배?
[카가야 렌]
시끄럽네― 그쪽은 여전히 일 많아서 다행이네요, 귀족님. 아니, 화족님이라고 해야 하나?
[미야비노 츠바키]
이제 가도 돼?
[카가야 렌]
뭐……야, 그렇게 날카롭게 굴지 마.
여기저기서 들려 오던데, 오디션 준비로 엄청 열심히라고.
[미야비노 츠바키]
그게 나빠?
[카가야 렌]
별로 나쁘지 않아. 너한테는 처음으로 자연 발생한 딱 맞는 역할이 될지도 모르니까.
[미야비노 츠바키]
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?
[카가야 렌]
공주님의 필사적인 모습에 감동했다고.
[미야비노 츠바키]
노력하는 인간을 비웃으면 즐거워? 역할은 갖고 싶어, 성우로서 나아갈 기회니까. 갖고 싶으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, 그게 뭐가 나쁘다는 거야?
이러고 있을 시간도 아까워. 시시한 일로 말 걸지 마. 간다.
[카가야 렌]
그러니까, 나쁘지 않다고 했―잖아.
[토우마 린]
……어찌 된 것이오, 렌 선배.
[카가야 렌]
응?
[토우마 린]
미야 공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, 소인이 아는 선배는, 도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오.
[카가야 렌]
가끔 괴롭혀 주는 것 뿐이야. 저런― 자기야말로 지고한 존재라는 듯 거만하게 구는 녀석.
[토우마 린]
미야 공은 노력가이외다. 우린 같은 반이기도 하니, 잘 알고 있소.
[카가야 렌]
노력 이상의 것을 받고 있잖아. 집도 부자고.
[토우마 린]
그건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외다. 저 용모도, 그로 인해 제작측의 마음에 들기 쉽다는 것도 마찬가지.
본가는 억압이 심해서, 자유로워지기 위해 성씨를 버리는 자도 있을 정도의 가문이라고 들었소. 미야 공에게는 미야 공의 노고가 있소이다.
[카가야 렌]
알고 있어, 그런 건.
[토우마 린]
조바심을 내는 듯 하구려, 선배…….
[카가야 렌]
……. 야 토우마, 너도 무대에 서는 몸이니까 알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. 목소리만으로 모든 걸 표현한다는 행위가, 우스울 정도로 갑갑하다고 느껴질 때 없어?
[토우마 린]
그것은…….
[카가야 렌]
무대 위에서 말이야, 전신도, 공간도, 상대역까지 전부 사용해서 내게 배정된 역할을 연기해내. 배우라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한 적, 없어?
[토우마 린]
…….
[카가야 렌]
나한테 성우 일은, 어디까지나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야.
그런데 요즘, 이걸로 진짜 넓어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. 성우 일로 뭔가 얻은 기억도 없어.
[토우마 린]
렌 선배…….
[카가야 렌]
오디션은 진지하게 볼 거야. 큰 기획이고, 외로움 타는 한 마리 늑대는 아니꼽지만, 확실히 내가 잘하는 타입 캐릭터야.
하지만 성우라는 일에 대해서는, 미안하지만 적극적이 되지 않아. 내 연기는, 목소리만으로 하는 게 아니야―.
[토우마 린]
그, 선배가 하는 말은, 소인도…….
[카가야 렌]
됐어, 무리해서 동조해주지 않아도. 성우를 목표로 하는 녀석들이 모이는 학교에서 이건 해선 안 되는 말이지.
[토우마 린]
무리라니…….
[카가야 렌]
그럼 간다. 너도 교실로 가.
[토우마 린]
……우리는, 나 자신의 기술과 감성으로 싸울 것을 정한 동지. 선배의 동요는, 아플 정도로 알고 있소…….
꺄아―!?
[???]
와―앗, 왁, 뭐야, 누구야? 이런 데서 쭈그리고 있는 게!
[토우마 린]
카스미 공!
[토바 카스미]
린이냐! 미안해, 발밑을 안 봤어. 뭐 하고 있었어? 심장이라도 아파?
[토우마 린]
카스미 공, 그 대량의 빵은?
[토바 카스미]
미야를 찾고 있는데, 못 봤어? 그 녀석, 점심시간에도 레슨실에 틀어박혀서 제대로 밥 안 먹은 것 같거든.
[토우마 린]
미야 공이라면, 아마 교실로 향했소이다. 방금 이곳을 지나갔소.
[토바 카스미]
진짜냐― 엇갈렸나! 다음 수업 뭐였지?
[토우마 린]
분명…… 보이스 트레이닝이었소.
[토바 카스미]
그럼 숨어서 먹을 수도 없겠네……. 쉬는 시간에 입에 밀어 넣을까.
[토우마 린]
……카스미 공, 렌 선배와는 어느 정도 깊이 교제하였소?
[토바 카스미]
어, 렌 씨? 깊다고 말할 정도는 아닌데…… 왜?
[토우마 린]
소인에게는, 꽤 복잡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오.
[토바 카스미]
하하아……응, 요즘에 좀, 제자리 걸음 하는 느낌이 나기는 하지.
나, 저번에 그 사람 무대 보러 간 적이 있어.
[토우마 린]
호오, 어땠소?
[토바 카스미]
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게 즐거워 보였어. 학교에서는 그런 표정 별로 보지 못했으니까.
목표도 있어 보였고. 어쩌면, 그쪽 세계가 더 맞는 거 아닐까― 했지.
[토우마 린]
카스미 공도, 뮤지컬 일을 하고 있을 때,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오?
[토바 카스미]
아니, 글쎄다. 나는 궂이 고르라면 얼굴을 드러내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. 가능하면 목소리로 성공하고 싶어, 응.
[토우마 린]
그렇소이까…….
[토바 카스미]
이런 점에서, 너는 확고하지. 성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, 잘 알겠어.
그런데 방과 후에 잠깐 시간 있어?
[토우마 린]
방과 후? 상관없소만, 무슨 일이오?
[토바 카스미]
오디션 연습. 주고받는 연기를 시킨다고 들어서, 상대가 필요해.
[토우마 린]
그런 것이라면, 만족할 때까지 함께 하겠소.
[토바 카스미]
생큐.
[토우마 린]
하―지―만!?
[토바 카스미]
우왓…… 뭐, 어? 뭔데……?
[토우마 린]
소인이 함께해주길 바라면, 청소 당번을 바꿔주시오.
[토바 카스미]
뭐야 그 전혀 상관없는 교환조건은!
[토우마 린]
음악 준비실은 '나온다!'는 것으로 유명한 곳……. 소인의 섬세한 감수성, 무언가 수신해버릴 가능성이 없지도 않기에.
[토바 카스미]
솔직하게 유령이 무섭다고 해.
[토우마 린]
무섭다니…… 소인은 그런 말은 한마디도…….
[토바 카스미]
뭐랑 싸우고 있는 건데.
[토우마 린]
바꿔 줄 것이오, 안 바꿔줄 것이오!?
[토바 카스미]
울지 마…… 바꿔 줄게, 바꿔 줘.